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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농구의 나라 미국 만화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

by aber 2023. 2. 23.

슬램덩크가 왜 미국에서 실패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인들은 슬램덩크 일본 문화를 공감하기가 왜 힘들었을까요?  진출 타이밍이 안 좋았고, 마케팅이 약했고, NBA 인기가 압도적이었는데,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만화"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 자체가 달라서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더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에서의 슬램덩크 판매

2021년 한 해 동안 농구를 한 차례라도 했던 미국인의 수는 약 2700만 명, 그리고 미국 출판업계가 추정한 만화책을 읽는 미국인의 수는 7천만 명 정도가 됩니다.  대한민국 인구에 맞먹는 미국인들이 취미로 만화책을 읽고 농구를 한다는 것인데, 그럼 미국에서 슬램덩크는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2006년 슬램덩크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배급사 비즈미디어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NBA 초특급 유망주 그레고든을 릴리즈 이벤트에 초대하면서까지 미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슬램덩크의 미국 진출은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2009년 6월 미국의 만화책 판매 순위를 볼까요? 슬램덩크 2권이 탑 300에서 287위에 올랐고 그 달에 겨우 371불을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사실, 그로부터 6년 전인 2003년에 이미 다른 배급사가 미국에서 슬램덩크를 발매했었습니다. 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5권을 끝으로 중단했고, 2005년에 발매되었던 영문판 영상(DVD)도, 6개 시즌 중에서 2개까지만 유통되고 잠시 중단되었죠.

 

다행히 그나마 슬램덩크 측이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미국인들이 만화시장에서 "슬램덩크"만 무시하고 안 읽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H2", "더 파이팅", 그리고 배급사가 마음먹고 미국 독자를 겨냥하여 창작했던 "아이실드" 등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수많은 스포츠 만화들이 모두 미국에서 실패의 쓴 맛을 보았던 것입니다.

 

미국 만화, 탐욕에 대한 검열

이쯤 되면 미국인들이 아시아 문화와 정서를 공감하기 어려워서 실패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법합니다. 하지만 미국 만화책 역사 속에서 일본 만화가 아니더라도 스포츠 만화가 흥행했던 사례는 찾아보기부터 힘듭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해봐야겠네요. 전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스포츠를 즐기고 대한민국 인구의 버금가는 숫자가 만화책을 읽는 나라에서 도대체 왜 스포츠 만화는 인기가 없는 걸까요?

우리는 미국인이 만화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인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는 슈퍼히어로물입니다.

슈퍼히어로는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던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탄생했습니다. 정의의 수호자 슈퍼맨과 배트맨은 거침없이 악당을 취합하며 씨름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했죠 전쟁이 끝난 후 삶과 경제가 안정되자 여느 문화와 예술이 그랬듯 많아도 실험적인 시도를 시작합니다.

완벽하고 모범적인 슈퍼히어로 대신 사랑 분노 좌절 등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과 현실에 어두운 이면을 다루기 시작하죠 범죄 추리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가 탄생했고 현실 세계의 이야기는 슈퍼히어로물을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1954년 슈퍼히어로물이 만화책 시장을 영영 독점하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50년대 청소년 범죄율이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두고 지성 세대는 급변하고 새로운 문화를 탓했습니다.

특히 장르만화의 극적인 묘사와 현실적인 내용이 청소년 범죄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부모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죠 결국 1954년 미국 정부는 코믹코드라는 엄격한 만화책 검을 규제를 발표하게 됩니다.

코믹코드는 작가에게 사회 이상적인 모습만을 강요했습니다. 자극적인 색상이나 그래픽을 금지하는 건 물론이고 주인공은 항상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악은 어리석게 표현해야 했고 경찰 검사 등 공직자가 악당으로 묘사되면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욕망과 욕정 집착 좌절 분노 등 자연스러운 감정을 저속한 감정으로 분류했고 그런 감정은 불러일으킨다면 어김없이 불합격 도장을 찍었습니다. 현실을 과감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장르만화를 금지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슈퍼히어로물로의 도피

출판사와 작가는 호러 범죄 추리 로맨스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 검열에 걸리느니, 차라리 현실과 동떨어지는 혹은  모범적인 그래서 검열의 최적화된 슈퍼히어로를 만드는데 집중하게 됩니다.

결국 코믹코드를 기점으로 슈퍼히어로물이 장르만화를 밀어내고 미국 만화책 시장을 독점하게 됩니다.

슬램덩크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 중반 미국과 일본의 만화 순위를 보면, 장르의 다양성이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즉, 96년 일본의 탑 10에는 슬램덩크 소년탐정 김전일 맛의 다른 더파이팅 이나중 탁구부 스포츠 추리 요리 개그 등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지만, 미국의 top10은 슈퍼히어로물 아니면 판타지물이었습니다.

 

이처럼 슈퍼히어로들이 반색이 이상 미국 만화책 시장을 독점하면서 만화책은 곧 슈퍼히어로물이다라는 인식이 미국인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슈퍼히어로와 판타지 요소가 없는 현실적인 스포츠를 주제로 삼습니다.   굳이 왜 스포츠 만화라는 개념이 어색하고 생소했기에 매대에서 슬램덩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만화도 집어들 수 없었던 거죠 물론 슬램덩크의 실패 원인으로 미국인들의 고착된 인식만을 탓할 수 없습니다.


배급사의 시장 진입 전략도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1995년 DC 코믹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만화책을 읽는 사람의 중위 연령은 29살이었습니다. 2010년 또 다른 조사는 미국의 만화책 인구의 1/4이 65세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미국 만화책 시장은 학창 시절에 한참 지난 독자들로 가득했는데, 그들이 청소년 시절에 우정과 성장 드라마에 감정을 이입하기란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만화의 미국 성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급사는 전통적인 만화책 가게에 슬램덩크를 유통하는데만 집중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진출한, 나루토, 원피스, 블리츠, 드래곤볼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스포츠보다는 대중적인 장르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초창기 만화책보다 애니메이션에 집중했던 게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제에 좀 더 공감할 수 있고 만화책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어린 소비자들에게 먼저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어린이 만화 채널의 애니메이션을 반영하고 팬덤을 쌓으며 그 관심을 자연스럽게 만화책 판매로 이어갔습니다.  전통적인 만화책 소비세력을 만족시키기보다  훗날 그들의 대체할 어린 친구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슬램덩크도 애니메이션을 먼저 방영했다면 어린 친구들과 공감대를 먼저 쌓았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미국에서 더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을 해 보게 됩니다. 

"나루토"를 보고 자란 mz세대는 어느새 미국의 주요 소비세력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만화책 시장도 급변했죠 2022년 12월 판매량 탑 10에서 미국 만화는 단 한 개 나머지 모두 일본 만화였습니다.

슈퍼히어로물의 독점은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mz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장르 국적 플랫폼을 불문하고 만화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판매 랭킹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스포츠 만화 블루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스포츠 만화를 좀 더 자주 접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머지않아 슬램덩크의 버금가는 작품도 등장할 것입니다. 스포츠 그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더 많이 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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